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의 연대체)를 전격 탈퇴하기로 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온 '오일 카르텔' 체제에 중대한 균열이 생겼다.
UAE 정부는 28일(현지시간) 국영 WAM 통신을 통해 "다음 달 1일부로 OPEC과 OPEC+에서 탈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산유량 기준 OPEC 내 3위 생산국인 UAE의 이탈은 중동 전쟁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재편 중인 국제 원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수하일 무함마드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OPEC과 OPEC+를 탈퇴함으로써 이들 그룹이 부과하는 산유량 의무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를 포함해 어떤 나라와도 탈퇴와 관련해 사전에 직접 협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여, 이번 결정이 사우디와의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음을 분명히 했다.
UAE의 탈퇴는 수십 년간 묶여 있던 산유량 쿼터에서 벗어나 독자 증산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OPEC 자료에 따르면 전쟁 전 UAE의 산유량은 하루 평균 약 340만 배럴 수준이었으며, 업계에선 실질적인 산유 능력이 이보다 약 100만 배럴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UAE 정부도 "탈퇴 이후에도 원유 시장의 수요와 여건에 맞게 점진적이고 신중한 방식으로 추가 산유량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 산유국 전반의 수출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도 UAE는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는 푸자이라 수출항을 보유하고 있어, 물리적 수송 경로 측면에서도 상대적 우위에 있다. OPEC 쿼터 제약에서 풀린 UAE가 이 인프라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탈퇴는 사우디와 UAE 간 안보·경제 갈등이 누적돼온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두 나라는 '걸프의 형제국'으로 불려왔지만, 예멘·수단·리비아 등 역내 분쟁에서 서로 다른 진영을 지원하며 사실상 대리전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예멘에서는 사우디가 UAE의 지원을 받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공습하면서 양측이 군사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다. 경제적으로도 사우디가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앞세워 금융·물류·관광 허브를 자국으로 끌어들이며 UAE의 경제적 위상을 잠식하는 양상이 감지돼 왔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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