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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 스페인 7조원대 사업 발판 되나

서정민 기자
2026-07-28 07: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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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600억원을 웃도는 상품 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스페인의 7조원대 궤도형 자주포 현대화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계약 상대방과 품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화가 스페인 방산기업 인드라와 K9 자주포 기반의 현지형 자주포 개발을 추진해온 만큼 스페인 사업 관련 계약일 가능성이 업계에서 거론된다.

27일 한화에어로는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의 2.5% 이상인 상품 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6조 7029억원을 적용하면 계약액은 최소 6675억원이다.

거래 상대방의 요청으로 계약명과 공급 품목, 계약 기간 등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비밀유지 사유가 해소된 이후 재공시할 예정이다.

스페인은 한국에서 생산한 K9 완성품을 그대로 도입하는 방식 대신, K9을 기준 플랫폼으로 삼아 자국 업체가 설계·생산·정비하는 현지형 자주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신속한 포병 전력 확충과 방산기술 축적을 함께 노린 방식이다.

이번 계약이 스페인 사업과 연결된 것으로 확인되면 한화에어로의 첫 서유럽 진출 사례가 되며, K9 수출 모델도 완제품 납품에서 현지 개발형 플랫폼 공급으로 넓어지게 된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11월 육군과 해병대가 운용할 궤도형 자주포 체계 도입을 승인했다. 공식 추정가는 약 45억 유로(약 7조 6000억원) 수준으로, 2034년까지 자주포와 탄약운반차·지휘소차·구난차, 교육·정비·군수지원 체계를 함께 확보하는 종합 획득사업이다.

이 사업은 인드라와 현지 방산업체 에스크리바노 메커니컬 앤드 엔지니어링(EM&E)의 컨소시엄이 주도하며, 한화는 인드라에 K9 기반 플랫폼과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협력사로 참여한다.

한화와 인드라가 지난 3월 발표한 협력 범위는 자주포 128대와 탄약재보급차 120대, 지휘통제차·구난차 등 총 280대다. 이는 스페인 정부의 전체 조달 범위와는 다르며, 7조원대 전체를 한화 수주액으로 볼 수도 없다.

전체 사업비에는 스페인 현지의 차체 생산과 전장관리·통신체계 통합, 생산시설 투자, 시험평가, 교육·정비·군수지원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인드라는 북부 히혼 공장에서 차체를 생산하고 전장관리·통신체계를 통합하며, 이 공장에 1억 3000만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스페인이 완성품 직도입 대신 현지 개발 방식을 택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성능과 납기뿐 아니라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역내 공급망 확보를 중시하는 유럽 방산 조달 기조 변화가 있다.

폴란드가 한국 생산분을 먼저 들여온 뒤 현지화를 확대한 것과 달리, 스페인은 사업 초기부터 자국 업체 주도의 설계·생산 구조를 택했다.

현지화는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대신 한화의 직접 생산 물량을 줄일 수 있어, 주요 구성품과 유지·보수, 성능개량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장기 수익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제3국 수출에도 한화의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져 수출권과 지식재산권 배분이 후속 협상의 쟁점으로 꼽힌다.

변수도 남아있다. 인드라는 현지 업체 사파와 스페인산 변속기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인데, 변속기를 교체할 경우 엔진과 냉각·제어계통을 포함한 파워팩 재통합과 시험평가가 필요해 사업 일정과 개발비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인드라 경영진은 지난 23일 사파·산타바르바라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한화와 체결한 K9 협약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밝혀, K9 기반 플랫폼을 채택한 기존 사업 구조는 유지될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 절차에 반발해 법적 대응에 나섰던 산타바르바라도 인드라와 산업협력 방안을 협의하고 있어, 협력이 성사되면 현지 업계의 반발은 완화될 수 있으나 생산 물량과 설계 책임 재조정이 필요해 업체별 역할 확정이 늦어질 경우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K9 자주포와 K2 전차 주포 등을 생산하는 현대위아 특수사업부 매각을 둘러싼 노동계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현대위아지회는 2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위아가 내세운 '방산사업 일원화'와 '신사업 집중'이라는 매각 명분에 대해 "알짜 사업을 떼어내 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제물로 삼으려는 밀실 매각"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특수사업부의 방산 부문 매출이 2022년 대비 2024년 86%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며, 수익성 높은 사업부를 떼어낼 경우 현대위아가 그룹 내 저수익 부품사로 전락하고 고용 불안과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매각 추진 철회와 거래 구조·고용 승계 방식 등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결국 관건은 한국에서 생산할 초기 물량보다 현지화 이후 한화가 확보할 후속 사업이다. 주요 구성품 공급과 성능개량, 유지·보수, 제3국 수출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참여권을 확보하느냐가 장기 실익을 결정할 전망이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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