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일의 거짓말’의 유인식 감독이 7회 방송을 앞두고 기송관 첩보전 설정부터 배우 김유정, 박진영, 김현주, 이무생, 진선규의 명품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격 공개했다.
그는 “기획안의 문구를 읽어 나가면서 가슴속에서 뭔가가 번져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장르의 클리셰에 갇혀 있지 않은 인물들, 치열한 선택을 해 나가는 인물들이 거기 있었다.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서서히 달아올라 마지막에는 아주 뜨거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라고 첫 만남부터 작품에 대해 확신이 있었음을 밝혔다. 작품의 진가를 알아본 그의 안목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경성역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 이가경이 소매치기로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라고 밝힌 유 감독은 “기차와 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침략과 식민 지배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경성역은 일제강점기의 조선, 경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육중한 기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 증기 속에서 떠나는 사람들, 언어가 뒤섞이는 공간이 낯설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증기 속에서 주인공들과 악인이 모두 등장하는 시작이 근사할 것 같았다”라고 떠올렸다.

또한 “소매치기로 등장하는 주인공 이가경의 캐릭터도 무척 매력적이었다. 재능 있고 똑똑하고 짓궂고 통통 튀는, 그러나 이 땅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절망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인물이 그려졌다. 그녀의 캐릭터야말로 이 시대를 다룬 종전의 시대극과는 다른 궤적으로 드라마를 쏘아 올리게 하는, 강력한 추진력이 될 거라는 느낌이 왔다”라며 첫 장면부터 강렬한 끌림을 느꼈음을 회상했다.
이어 “제국의 야욕과 모던의 열기 속에서 일어, 영어, 중국어가 혼재하던 경성을 배경으로 통역생이라는 신분을 가진 주인공들이 활동하는 까닭에 외국어로 소통하는 장면이 많다는 점도 독특하다. 통역이라는 소통의 과정과 첩보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독특한 서스펜스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오랫동안 남을 묵직한 감동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 기대케 했다.
탄탄한 대본과 섬세한 연출에 빛을 더한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유 감독은 배우들을 향한 애정과 신뢰를 표했다. 김유정에 대해서는 “기지와 순발력, 능청스러운 연기력, 그리고 미모. 이가경을 묘사하는 단어들을 나열해 보면 김유정 배우가 얼마나 이 역할에 딱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가경이라는 인물이 가진 에너지다. 지긋지긋한 가난과 혹독한 멸시도 그의 생기를 꺾을 수 없다. 터지기 직전의 샴페인처럼, 불이 붙어버린 불꽃처럼,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의지를 무엇도 막을 수 없다. 실제로 만난 김유정 배우에게도 임계점에 다다른 에너지가 느껴졌다. 예상대로 이 드라마에서 김유정 배우는 터져 나오고 날아오르고 불꽃처럼 타오른다. 빛나는 모습을 시청자 여러분께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설렜다”라고 극찬했다.

그리고 “박진영 배우는 너무나도 맑은 눈을 가졌다. 눈을 보고 있노라면 ‘청춘’이라는 단어가 바로 떠오른다. 사토 히데오가 상처받거나 흔들리거나 감동할 때, 배우 박진영의 눈이 미세하게 떨리고 눈물이 비치는 순간마다, 마치 내가 감정을 느꼈던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허세가 없는 깨끗한 연기와 맑은 심성 때문일 것”이라며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박진영의 매력을 짚었다.
김현주가 맡은 ‘유소란’에 대해서는 “가혹한 시련을 겪었고 복수만을 생각하며 한계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인 인물이다. 내면이 지옥이 되어 있어도 이상할 게 없는데, 구국단의 리더로서 사람들에게 믿음과 힘을 주는 성숙한 사람”이라며, “수다스럽지 않고 표정이 많지도 않은 인물이니, 유소란을 연기할 배우 본인에게 아우라가 없다면 이 인물을 시청자들에게 설득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라는 설명으로 캐스팅의 이유를 단번에 납득하게 했다.

“김현주 배우는 깊고 따뜻한 사람이다. 수선스럽지 않고 스스로를 꾸며내지 않는 진솔한 사람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믿음이 가고 기대고 싶은 느낌이 있다. 스스로의 내면을 가다듬어온 배우의 시간이 김현주의 크기와 깊이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라며 김현주를 향한 확고한 믿음을 표현했다.
이어 “이무생 배우를 볼 때마다 ‘선이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얼굴에도, 전신 샷에도 선이 살아있다. 수트와 중절모 차림으로 조명 속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느와르 장르의 그래픽 노블 속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다. ‘이무생 로랑’이라는 별명은 이름 때문만은 아닌 것”이라며 이무생의 독보적인 아우라에 감탄을 표했다. 여기에 “이무생 배우는 적확한 감정을 연기하면서도 어딘가 예상을 벗어나는 신선한 해석을 보여준다. 놀라움과 궁금증, 긴장감을 장면에 불어넣는 귀한 배우”라고 칭찬을 덧붙였다.
진선규는 극 중 역할과 정반대로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유 감독은 “실제로 만나보니 유쾌하고 선량한 사람이었다. 현장에 나타나기만 해도 웃음꽃이 피어나는 배우가 두 명이 있었는데, 진선규 배우가 그중 한 명이었다. (다른 한 명은 ‘방꽃님’ 역의 김라희 배우였다.) 그가 맡은 ‘사토 신이치’는 드라마의 최종 빌런이고 전범인데, 혹시 너무 착하게 보이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미 보셨다시피 터무니없는 기우였다. 편집실 화면 안에는 이글거리는 욕망과 악의에 불타는 섬뜩한 인간 사토 신이치가 있었다. 치열한 준비와 몰입의 결과였을 것”이라며 활약을 펼친 진선규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 방송에는 조선총독부의 ‘기송관’ 공사 현장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조선총독부 내에 기송관 시스템이 건설되었다는 것은 상상의 산물”이라며, “총독부 청사는 일제의 열망과 식민 지배 명분을 거대한 스케일과 최신 기술로 과시해 보이려는 의도가 깃든 건물이었던 만큼,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사용된 기송관 시스템을 조선에도 구축하려 했다는 설정에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양의 최신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에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고 첩보전의 소재가 되기 좋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극 중에서는 이 기송관 시스템 개통 행사가 총독부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중요한 사업으로 등장하며, 긴장감 넘치는 이벤트의 배경이 될 것”이라고 귀띔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마지막으로 유 감독은 짧은 생을 조국에 바친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며 “그분들이 떼어놓고 나왔을 가족들의 손, 타국의 찬바람과 도망길의 고단함과 옥살이를 상상하면 진저리가 쳐지곤 했다. 나라를 잃어버린 책임도, 목숨 걸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어야 할 의무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까지 가게 되었을까.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과연 그 마음에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이 드라마가 대답을 찾았노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고, 질문을 마음에 품은 채로 그려낸 이야기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거짓말을 하지만, 자신의 양심과 사랑 앞에서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뜨겁고 진실하다. 시청자분들이 뜨거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다면, 그 뜨거움으로 마음을 덥힐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작품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100일의 거짓말’ 7회의 방송시간은 31일 토요일 밤 9시 10분이다.
사진 제공: tvN ‘100일의 거짓말’
이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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