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민우혁 “내 연기는 거침없지만 그 안에 엄청난 정성 들어가 있어” [인터뷰]

정혜진 기자
2025-01-17 15:47:56

연기, 노래, 외모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뮤지컬계의 황태자’ 민우혁이 새로운 도전과 함께 돌아왔다.

최근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에 출연하며 또 한 번 큰 화제를 모은 민우혁. 제약회사 유한양행의 창업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유일형 박사를 연기 중인 그는 깊이 있는 연기, 노련한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며 ‘역시 민우혁’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민우혁은 오랜 시간 많은 작품을 통해 이미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했지만 여전히 변화와 성장을 고집하는 ‘노력파 배우’로 유명하다. 여전히 무대를 즐기고, 연기를 사랑하는 천생 배우 민우혁. 그의 연기관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 근황

“연말에는 콘서트와 행사들이 많아서 바쁘게 지냈다. 요즘은 창작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라는 작품을 열심히 하고 있다”

Q.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은 어떤 작품인가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로, 유한양행의 창립자 유일한 박사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독립운동가였던 유일한 박사님께서 어떻게 독립운동을 하셨고, 어떤 발자취를 남기셨는지에 대한 것을 모티브로 창작된 작품이다. 원래 영화로 제작될 뻔했지만, 뮤지컬로 장르로 바뀌었다. 세대가 바뀌어도 계속 공연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뮤지컬로 장르를 바꾸셨다고 하시더라.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공연을 할수록 더 다듬어지고 좋은 작품으로 발전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Q. 역할 소개

“내가 맡은 캐릭터는 유일한 박사님인데, 사실 유일형이 본명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발음이 어려워 ‘유일한’으로 바꾸셨는데, ‘한’으로 바꾼 또 다른 이유는 조국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가 크다고 한다. 극 중에서는 유일형이라는 이름으로 연기하고 있다”

Q. 이번 작품을 하게 됐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

“‘레미제라블’도 혁명에 관한 이야기고,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선생님 역할도 맡았었다. 역사물을 많이 하다 보니 이번에도 비슷한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부담이 들더라. 그런데 이번 역할은 그전에 했던 캐릭터와 너무 다른 매력이 있었다.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매력이 있어서 지금까지 했던 진지한 느낌 외에 재미있고 유쾌한 모습까지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뮤지컬 반응은?

“반응이 정말 좋다. 창작 뮤지컬 초연에서 이렇게 반응이 좋기 쉽지 않다. 창작 뮤지컬을 많이 하는 편인데 보통 재연 지나서 4년 정도 돼야 반응이 온다. 이 작품은 첫 공연부터 너무 사랑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Q. 그동안 정말 많은 뮤지컬 작품에 출연했다. 뮤지컬의 매력이 뭔가

“나는 뮤지컬을 너무 사랑하고 무대를 너무 사랑한다. 뮤지컬을 고집하는 이유가 관객들과 바로바로 감정을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슬픈 연기를 할 때면 어디선가 훌쩍이는 소리가 나거나 얼굴에 손을 올리는 장면들이 비춰진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더 빠져들고 유동적인 연기를 하게 된다. 공연을 30번 한다고 치면 그 30번이 다 다르다. 관객들과 소통하는 느낌도 들고 끝나자마자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나의 연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뮤지컬이 좋다”

팬츠는 POQ 제품.

Q. 한 분야에서 이 정도 위치까지 오르기가 쉽지 않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노력을 정말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요즘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무명에서 스타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지 않았나. 재능 있는 분들이 끊임없이 등장을 하기 때문에 노력을 하지 않으면 지금 자리를 지킬 수가 없다. 지금도 레슨을 계속 받으며 도전을 하고 있다. 성실함이 내 무기인 것 같다”

Q. 현재 대학교 뮤지컬연기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지 않나

“맞다. 원래는 1년만 하고 안 하려고 했는데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것들이 많더라. 그래서 계속하고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레미제라블’. 내 인생을 바꾼 작품이다. 2015년, 뮤지컬을 하고 있을 때였지만 완전 무명이었던 시절에 ‘레미제라블’ 오디션을 보게 됐고 말도 안 되게 합격하게 됐다. 워낙 유명하고 큰 작품이다 보니 합격 사실이 절로 세상에 알려지더라. 그때 민우혁이란 이름을 조금 알리게 된 계기였다. ‘민우혁은 누구야?’, ‘어디서 나온 사람이야?’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라이센스 뮤지컬을 하는데 무명 배우가 캐스팅 됐으니 그럴만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이 다 모여 있는 데 내가 혼자 쌩뚱맞게 포함돼 있던 거다. 사실 ‘레미제라블’이 내 인생 마지막 오디션이라고 생각하고 봤었다. 오디션 보고나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6개월쯤 지났나? 갑자기 연락 와서 합격 됐다고 하더라. ‘레미제라블’ 이후 ‘위키드’, 그리고 ‘아이다’,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작품이 확 달라졌다. 예능 섭외도 많이 들어오고 드라마 제안도 많이 들어왔었다. 그 작품이 없었다면 지금의 민우혁이 있을 수 없었을 거다”

Q.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통해 더 대중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 이후 드라마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을 텐데. 드라마 욕심은 없는 편인가?

“당연히 드라마도 너무 하고 싶다. ‘닥터 차정숙’이 너무 잘 돼서 그 이후로 정말 많은 작품이 들어왔었다. 그런데 이미 ‘레미제라블’ 1년 계약을 한 상태라 많은 작품을 놓치게 됐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레미제라블’은 나에게 너무 큰 의미가 있는 선택이자 작품이다. 그때 ‘레미제라블’이 9년 만에 돌아온 거였는데, 2015년엔 앙졸라라는 혁명군 리더 역할을 했다가 9년 후엔 주인공 장발장 역할을 하게 된 거다”

Q. ‘레미제라블’ 앙졸라→장발장으로의 성장이 대단하다. 장발장 역할을 맡게 됐을 땐 어떤 기분이었나

“신인이었으면 뭣도 모르고 좋아만 했을 것 같은데 8~9년 사이에 많은 작품을 하다 보니 주인공의 무게를 알게 됐다. 또 과거에 장발장 역할을 한 배우들이 얼마나 이 작품을 위해 노력하고 힘들어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딱 10초 좋았던 것 같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하다가 바로 레슨 선생님한테 전화를 했다. ‘레슨 다시 받아야 될 것 같다’고 말한 뒤 혹독한 훈련을 시작했다”

Q. 아내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이세미.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고

“아내는 나보다 연기를 훨씬 더 먼저 시작한 사람이다. 심지어 결혼 후 내가 아르바이트할 때 아내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연기 선생님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작품을 선택하고 캐릭터를 분석할 때 항상 아내의 의견을 물어보고 도움을 많이 받는다. 뮤지컬 리허설 때도 꼭 와서 피드백을 주고.. 내가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

Q. 아내 이세미는 다시 연기 활동을 할 생각은 없는지

“아이들 때문에 활동을 못했는데 지금은 아내도 복귀하고 싶어 한다. 항상 아내에게 아이들한테만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은 운동도 열심히 하고 관리하면서 배우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Q. 아이들도 아빠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할 것 같은데. 어떤가?

“그래서 내가 함부로 못 산다(웃음).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 하지 않나. 아이들이 은근 자랑스러워하더라. 지인들이 오면 괜히 유튜브를 틀고 소리 키워놓고 옆에서 본다. 최근에 ‘복면가왕’ 나간 것도 그렇게 자랑을 하고 다니더라”

Q. 부모님의 끼를 닮아 아이들도 재능이 엄청 날 것 같다. 만약 아이들이 배우를 꿈꾼다면?

“느낌이 왠지 그럴 것 같다. 반대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너무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 같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Q. 야구 활동을 그만둔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전혀 없다. 야구를 했던 게 지금 도움은 많이 된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아이들도 운동을 시키고 있다. 아들은 꽤 오래전부터 아이스하키를 했고, 딸도 최근부터 하기 시작했다”

Q. 취미

“나도 저절로 아이스하키가 취미가 됐다. 유산소 운동 중에 가장 힘든 스포츠라고 하더라. 정말 너무 힘든데 공이 가는 쪽으로 내가 가고 있다. 힘든데 정말 재미있다”

Q. 나의 연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거침없이 시원시원하게 연기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 안에 엄청난 정성이 들어가 있다. 내 캐릭터만 보는 게 아니라 작품 전체를 보려고 노력한다. 내 연기만 하다 보면 좀 튈 수 있지 않나. 오버 페이스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 밸런스를 조절하려고 정성스럽게 준비를 하는 편이다”

Q. 욕심나는 역할

“그동안 멋진 역할을 많이 했지만, 악역도 도전해보고 싶다. 섹시하고 치명적인 빌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잘 버티고 싶다. 올해는 ‘닥터 차정숙’처럼 좋은 드라마도 해보고 싶다. 그동안은 뮤지컬 작품에 집착하면서 쉼 없이 해왔는데 뮤지컬 작품에 틈을 좀 만들어서 다른 기회도 잡아보고 싶다”

정혜진 기자 jhj06@bntnews.co.kr

Credit

EDITOR
정혜진
PHOTO
차케이
STYLING
정민경, 최정원 (퍼스트비주얼)
HAIR
태이 (라메종뷰티)
MAKEUP
리지 (라메종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