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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IOC 집행위원, 밀라노서 간담회

서정민 기자
2026-02-10 07: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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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IOC 집행위원, 밀라노서 간담회 (사진=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으로 새로 선출된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이 “스포츠가 젊은이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고 사랑받게 만드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밝혔다.

김재열 회장은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NH 콩그래스 호텔에 마련된 ISU 홍보관 ‘홈 오브 스케이팅’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밀라노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대회 기간 ISU 관계자를 비롯해 빙상 관계자, 전현직 올림피언들이 찾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특히 홍보관에는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의상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김 회장은 “저기 걸린 김연아 선수 유니폼을 보셨느냐”며 “이 공간에는 레전드들의 유니폼을 전시하고 싶어서 출국 전에 대여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제공해줬다. 어제 오후 늦게 세관을 통과해 오늘 아침에 픽업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피겨 전설 미셸 콴의 유니폼도 곧 도착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제154차 IOC 총회에서 집행위원으로 선출된 김 회장은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건 우리나라 스포츠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집행위원 당선은 고(故)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이후 두 번째다. IOC 집행위원회는 IOC의 상설 집행 감독 기구로, 올림픽 개최지 선정 절차를 비롯한 주요 정책과 현안을 결정하는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김 회장은 평창올림픽이 남긴 유산을 체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가을 스위스 로잔에서 IOC뿐 아니라 ISU를 비롯한 국제연맹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젊은 직원들과 저녁을 함께한 적이 있는데 30명이 넘게 나왔다”며 “평창 올림픽이 끝나고 똑같이 저녁 자리를 했을 때는 12명이었는데 8년 만에 수가 이렇게 늘었다. 상당수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일하던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친구들이 여러 경험을 쌓고 로잔에 정착하는 걸 보며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나도 선배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듯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IOC와 ISU에서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비전에 대해 “ISU의 새 DNA를 ‘Inspiring’ ‘Supporting’ ‘Unstoppable’로 잡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도움을 주고 어려움을 뚫어내면서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21년 6월 비유럽인 최초로 ISU 회장에 당선된 김 회장은 부임 후 빠르게 혁신을 추진해왔다. 2024-2025시즌부터 기존 ISU 월드컵 대회를 ‘월드투어’로 개편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선수들은 ‘화이트 타이거스’, 캐나다는 ‘아이스 메이플스’, 네덜란드는 ‘더치 라이온스’ 등 각국 선수들이 팀명과 엠블럼으로 소속을 드러낸다.

피겨 종목은 이번 대회부터 경기장 내 대형 스크린에 선수들의 동선, 점프 높이, 길이 등 기술 요소를 이해하기 쉽게 구현한 그래픽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ISU는 스위스타이밍과 함께 이런 기술을 더 객관적인 판정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경기력과 직결되지 않는 영역에서 ISU의 최우선 목표는 ‘관중친화’다. 김 회장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LED 벽을 만들었다. 일단 올림픽 경기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최우선이라 현재는 선수 소개 용도로만 쓰고 있는데 갈라쇼 때는 굉장히 멋진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ISU가 두 시즌 전부터 ‘백플립’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올림픽 기간 밀라노 스케이트 아레나 내 데시벨이 가장 높아지는 순간은 선수들이 화려한 백플립을 선보였을 때다. 김 회장은 “뭐가 됐든 기준은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경기를 즐기실 수 있느냐”라며 “다만 피겨스케이팅 경기는 갈라쇼가 아니다. 올림픽 기간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향후 ISU가 나아갈 방향 마련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역사상 처음으로 두 개 도시의 이름을 동시에 달고 4개 클러스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 회장은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넓은 지역에 퍼져서 열리는 대회다 보니 장단점이 확실하다”며 “분산 개최는 새로운 경기장을 안 짓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인데, 어려운 점은 미디어나 지원 인력, 관중들의 이동이 힘들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면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서 그 균형을 찾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국제 대회 추가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회장은 “한국은 여름, 겨울 올림픽은 물론 청소년 올림픽까지 개최한 경험이 있고, 종목별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을 개최하면 참가 선수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 국제 사회에 많은 신뢰를 쌓아왔다”면서도 “아직 어떤 식으로 할지 논의 중이다. 결정되면 그다음 단계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IOC 집행위원 임기는 이번 올림픽이 끝난 뒤 시작된다. 그는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 주도하는 스포츠 개혁 과제 ’핏 포 더 퓨처(Fit For the Future)’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