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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오늘 시행, 뭐가 달라지나?

서정민 기자
2026-03-10 07: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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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오늘 시행, 뭐가 달라지나? (사진=AI)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가 10일 본격 시행된다. 지난해 9월 공포 후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마침내 효력을 발휘하게 된 이 법은 원·하청 노사관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역사적 진전이라 평가하는 반면, 경영계는 현장 혼란과 갈등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개정법의 핵심은 ‘사용자’ 개념의 확장이다. 기존에는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사업주만 사용자로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임금 수준이나 업무 방식, 인력 배치 등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볼 수 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작업방식 등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해당 사례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조합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교섭 구조는 이른바 ‘투 트랙’ 방식으로 운영된다. 원청 노조는 기존처럼 원청과 교섭하고, 하청 노조들은 별도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원청과 협상하는 방식이다. 하청 노조가 둘 이상일 경우 대표 노조를 선정하거나 공동 교섭대표단을 구성해야 하며, 원청이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판단하게 된다.

노동쟁의의 범위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만 쟁의 대상이었지만,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도 쟁의 대상에 포함된다. 기업의 합병·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도 교섭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손해배상 책임 제도도 달라진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근로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도록 규정하고,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조합원의 역할·참여 정도·임금 수준 등을 고려해 책임 비율을 산정하도록 했다.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배상액 감면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도 새로 마련됐다.

법 시행과 동시에 노동계는 본격적인 교섭 공세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이날을 기점으로 수십 개 하청 사업장의 노동자 수만 명 명의로 원청에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금속노조 소속 하청 노조들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제조 대기업을 대상으로 교섭 통보에 나선다.

교섭 거부 시에는 결의대회와 오는 7월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실력행사도 예고한 상태다. 한국노총은 원청 교섭에 신중하게 접근하면서도 제도 점검과 추가 입법 개선을 예고했다.

반면 경영계의 우려는 크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된 업종에서는 하청 노조의 연쇄 교섭 요구와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교섭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교섭을 요구하겠다는 일부 노조의 움직임을 지목하며 노사 간 분쟁을 우려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인사·법무·노무 부서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시나리오별 대응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법 초기 안착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에 나선다. 법률 전문가가 참여하는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운영해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이달 중 노란봉투법 설명회와 상반기 정기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방노동청 중심의 전담반도 구성해 현장 교섭 절차를 안내한다. 법 시행 이후 3개월을 집중 관리 기간으로 정해 현장 분쟁과 교섭 상황을 상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이라는 사용자 판단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노사 양측이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판례가 쌓일 때까지 상당 기간 법적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앙노동위원회는 4월부터 11월까지 총 8차례 포럼을 열어 원·하청 교섭 분쟁 조정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며, 법 시행 이후 첫 적용 사례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중순 전후 현장 점검에도 나선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경영계는 교섭을 회피하기보다 대화와 책임 있는 자세로, 노동계는 절제와 타협의 자세로 대화에 임해달라”며 노사 상생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