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밥상'이 물속에 잠긴 고향을 음식으로 기억하는 화순과 진안 수몰 실향민들의 밥상을 만난다.
오늘(1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772회는 ‘눈을 감으면 보이는 풍경, 손끝으로 그리움을 빚다’ 편으로 꾸며졌다. 댐 건설로 정든 마을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손끝과 혀끝에 남은 고향의 기억을 한 끼에 담아낸 이야기이다.


산업화와 국토 개발 속에서 수많은 마을이 물 밑으로 사라졌다. 집과 골목, 어린 시절 뛰놀던 냇가는 더 이상 찾아갈 수 없지만, 함께 나눴던 음식의 맛은 세월이 흘러도 또렷하게 남았다.
화순 동복댐 수몰민들의 상춧대어죽과 수수부꾸미, 진안 용담댐 수몰민들의 어탕수제비와 인삼백숙까지 그리운 시절을 품은 음식이 상에 올랐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지켜온 밥상에는 떠나온 땅을 향한 애틋함과 서로를 위로하는 마음이 담겼다.

'한국인의 밥상' 프리젠터 최수종은 눈을 감아야 다시 만날 수 있는 고향의 풍경을 찾아 나섰다. 깊은 물 아래 묻힌 마을을 기억하며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연을 따라가고, 한 끼에 담긴 고향의 의미를 전했다.
냇가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였던 음식과 명절마다 제사상에 올렸던 별미는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는 연결고리였다. 주름진 손으로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빚는 과정에는 가족과 이웃,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삶터를 향한 그리움이 배어 있었다.
고향을 잃은 아픔을 함께 나누며 새로운 마을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왔지만 같은 슬픔을 간직한 이들은 밥상을 마주하며 이웃이자 가족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화순군 이서면 – 상춧대어죽, 버섯메기조림, 수수부꾸미, 들깨 토란탕
화순 적벽 아래에는 서덕호 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이 있었다. 그러나 45년 전 동복댐이 들어서며 정든 집과 마을이 물속에 잠겼다. 4년 전 암이 재발한 뒤 매일같이 적벽을 찾는 덕호 씨에게 그곳은 고향을 마주하는 자리였다.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면 덕호 씨는 옛 마을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냇가에서 물놀이하며 지어 먹던 상춧대어죽과 고단한 타향살이를 달래줬던 버섯메기조림에는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추억이 담겼다.
명절 제사상에 빠지지 않았던 수수부꾸미와 구수한 들깨 토란탕도 한 상을 채웠다. 친구들은 익숙한 음식을 나누며 물길 너머 사라진 마을과 어린 시절의 풍경을 떠올렸다. 마을은 사라졌지만 조상들을 모신 선산은 여전히 고향에 남아 있었다. 4년 전 임도가 생기기 전까지는 배를 타고 물길을 건너 성묘해야 했다. 언젠가 부모님 곁에 누워 고향을 바라보고 싶다는 덕호 씨의 바람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은 그리움이 담겼다.

전북 진안군 안천면 – 어탕수제비, 피라미 조림, 인삼백숙, 인삼김치
진안군 안천면 보한마을은 용담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새롭게 일군 삶터이다. 20여 년 전 물 밑으로 잠긴 6개 읍·면의 수몰민들이 모여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마을을 이뤘다. 떠나온 고향은 달라도 정든 터전을 잃은 마음은 같았다. 주민들은 이웃의 기쁨과 슬픔을 자신의 일처럼 나누며 돈독한 정을 쌓았다. 틈만 나면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 밥상머리에는 언제나 옛 고향 이야기가 오갔다.
'한국인의 밥상' 772회 방송시간은 1일 저녁 7시 40분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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