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은 얼굴에 쌓이고, 삶은 그 위에 남는다
젊은 날의 얼굴은 감정을 먼저 드러낸다. 웃음도 빠르고, 서운함도 빠르고, 표정이 생각보다 먼저 움직인다.
하지만 중년의 얼굴은 조금 다르다. 말보다 먼저 표정이 나오기보다 표정보다 먼저 시간이 스며있다.
피렌체 속 김민종의 얼굴이 많은 중년 관객에게 오래 남았던 이유도 어쩌면 그 지점 때문일 것이다.
연기를 본 것이 아니라 시간을 본 느낌. 무언가를 과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지나온 선택들과 버텨온 시간들이 조용히 얼굴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년의 얼굴은 젊음을 닮으려 할수록 어색해지고, 지나온 시간을 받아들일수록 편안해진다.주름의 개수가 아니라 표정의 밀도가 달라지는 시기.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도 이미 얼굴 안에 이야기가 담겨 있는 시간.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사진을 찍을 때도 알게 된다.잘 나오려고 애쓴 얼굴보다,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던 순간의 얼굴이 더 자신다워 보인다는 걸. 꾸민 표정보다 살아온 표정이 더 편안해 보인다는 걸.
중년이 된다는 것은 얼굴이 늙는다는 의미보다, 얼굴이 삶을 닮아간다는 의미에 가깝다. 빠르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쌓여가는 변화. 그래서 중년의 얼굴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지나가는 중인 얼굴이다.
피렌체가 극장에서 막을 내렸어도 그 얼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영화 속 인물의 얼굴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시간을 닮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순간, 사람은 중년을 닮은 얼굴이 된다. 하지만 그 얼굴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지켜낸 시간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중년의 얼굴은 늙어 보이는 얼굴이 아니라 살아낸 시간이 머문 얼굴에 가깝다.
그리고 그 얼굴 위에서 또 다른 시간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끝나서가 아니라, 여전히 지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