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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교민 23명, 버스타고 사선 넘었다…테헤란 출발 직후 공습 ‘아찔’

서정민 기자
2026-03-04 06: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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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교민 23명, 버스타고 사선 넘었다…테헤란 출발 직후 공습 ‘아찔’ (사진=청와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에 체류 중이던 한국 교민 23명이 3일(현지시간)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육로로 국경을 넘어 인접국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이스라엘에 체류하던 우리 국민 66명도 같은 날 이집트에 도착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피 행렬은 2일 오전 5시, 주이란 한국대사관이 임차한 버스 2대에 탑승해 테헤란을 출발, 동쪽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출발 직후 테헤란 일대에 공습이 이뤄지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들은 중간 기착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3일 저녁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을 넘어 입국 수속을 마쳤고, 수도 아시가바트로 이동했다. 4일 한국 또는 제3국으로 개별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대피에는 교민과 공관원 가족뿐 아니라 이란 국적의 교민 가족도 동참했다. 특히 이란 프로축구 리그 구단 메스 라프산잔 소속의 이기제 선수와 이란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이도희 감독도 버스에 함께 탑승해 이란을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임상우 재외국민 보호 및 영사 담당 정부대표를 단장으로 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해 입국 절차, 숙박, 귀국 항공편 안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이란에 남아 있는 40여 명의 교민 안전 확보에도 필요한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에 체류하던 우리 국민 66명도 이날 오후 이집트에 무사히 도착했다. 단기 체류자 47명도 자체적으로 이동해 같은 시간 국경에서 합류했다. 정부는 중동 지역 교민 대피에 군 수송기를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방부는 교민 철수 관련 지원 요청이 있으면 즉각 군 자산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13개국에는 단기 체류자 약 4000명을 포함해 우리 국민 2만1000여 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여행객은 항공편 취소로 발이 묶인 상황이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이란 사태 당정 간담회’를 열고 △교민·여행객 국민 안전 확보 △원유 및 에너지 공급 불안정성 최소화 △국내 증시 영향 관리 등을 논의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긴급 조치가 필요한 여행객 등의 수요를 파악 중”이라며 “현재 영공이 폐쇄된 나라를 제외한 쪽으로 이동하는 방향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우려와 관련해서는 대안 경로 확보 방안도 논의됐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공급받고 있어 사태 장기화 시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 타격이 예상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중동 상황 점검 관련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지만 정부는 국민 안전과 재외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각 부처에 “이재명 대통령이 부재 중인 만큼 한층 더 긴장감을 갖고 관련 동향을 신속·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귀국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들의 의사를 접수 중이며, 대피가 필요한 경우 계획에 따라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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