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하영(33·안하영)이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며 활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소속사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사태를 키운 가운데, 과거 유사한 논란을 겪었던 다른 연예인들의 대응과 비교되며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인물이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으로 알려진 안상호라는 추정이 확산됐다.
안상호는 1902년 일본 동경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해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의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1919년에는 일본인 의사와 함께 고종을 진료한 기록이 있다.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인터뷰에서는 "나는 일본인과 같아 옷도 일본 의복을 입고 아내도 일본 여자다. 조선 말을 안 써 아이들도 조선 말을 모른다"고 밝혀 내선일체를 선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916년 친일 단체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완용을 치료한 의료진 중 한 명이라는 기록도 새롭게 확인됐다.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된 논문 '이완용 연구'에 따르면, 1909년 독립운동가 이재명 의사가 이완용을 습격해 중상을 입혔을 당시 "한성병원과 대한병원 의료진, 박종환, 안상호 등 당시 일류 의사들의 치료에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됐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안상호의 조부인 안부호 교수는 한센인에 대한 강제 격리와 단종, 낙태 등 인권침해가 있었던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한 이력이 공개되며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소록도 편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하영 소속사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사실무근' 입장을 냈으나, 하루 만인 11일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실존함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정정했다.
성급한 초동 대응은 대중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안양시에 세워진 '안상호 전의 송덕비'가 디지털 아카이브 플랫폼 '경기도메모리'에서 '친일 시설'로 분류돼 있다는 사실도 재조명되며 "빨리 없애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과거 방송에서 집안의 재력을 과시했던 발언도 역풍을 맞고 있다. 하영은 지난해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본가에 냉장고가 5대 있다며 "안 먹어서 매일 썩는다"고 말한 바 있는데, 광복절을 앞두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열악한 형편이 조명되면서 대비되는 발언으로 지목되고 있다.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323회 다시보기 서비스도 중단됐고, 하영이 출연한 삼성전자 및 의류 브랜드 광고 영상도 유튜브에서 비공개 처리됐다.
한편 친일 후손 논란을 겪은 다른 연예인들의 대응 방식도 비교 대상에 올랐다.
뮤지션 전범선은 자신이 이완용의 통역관이었던 소설가 이인직의 5대손임을 스스로 밝히고 성찰의 계기로 삼았고, 배우 이지아는 조부의 친일 행적이 알려지자 절연 사실을 밝히며 "역사적 과오를 깊이 인식하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입장을 냈다.
배우 강동원 역시 외증조부 이종만의 친일 행적 논란 당시 미숙한 대응을 사과한 뒤, 영화 '1987' 출연과 익명 후원 등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영의 SNS에는 "광복절엔 일본으로 가길", "친일파 후손 연예인 중 역대급인 것 같다", "조용히 사라져라, 친일파는 우리가 아직 청산 못한 아픔" 등의 댓글이 이어지며 언팔로우가 잇따르고 있다.
공식 사과 이후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만큼, 하영의 향후 대응과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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