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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봉준호·장항준, 무명 시절 고백

서정민 기자
2026-10-15 0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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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봉준호, 장항준 등 한국 영화감독 31명의 데뷔 전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나의 첫 번째 액션’이 출간됐다. 세계적인 감독으로 성장하기까지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과 실패, 뜻밖의 실수 등이 공개됐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과 영화 전문 웹매거진 씨네플레이가 공동 기획한 ‘나의 첫 번째 액션’에는 박찬욱, 봉준호, 장항준, 강윤성, 윤가은 등 영화와 OTT에서 활동하는 감독 31명의 데뷔 과정이 담겼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 연출부 막내로 일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처음 슬레이트를 치던 날 긴장한 나머지 새끼손가락이 끼었고, 이상한 소리까지 내며 선배들에게 핀잔을 들었다는 일화다.

박찬욱 감독은 무명 시절 자신을 버티게 했던 방법으로 이른바 ‘착각의 힘’을 꼽았다. 이미 성공한 감독들의 작품을 보며 “저것밖에 못 만들어?”, “그 돈의 10분의 1만 내게 줘도…”라고 생각하면서 좌절을 견뎠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연출부 동료들과 함께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가 혼자 몰래 복귀했던 일화도 털어놨다. 당시 선배 감독을 배신한 셈이 됐다고 회고하며 신인 시절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냈다.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외환위기로 휴직하던 시기에 쓴 시나리오를 계기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첫 촬영 현장에서는 “레디”와 “액션”을 지나치게 빠르게 외쳐 촬영감독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대기업을 퇴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며 진로를 바꿨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은 마흔 무렵까지 어머니에게 하루 만 원씩 받아 생활했던 시절을 고백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첫 작품의 흥행 실패 이후 7년 동안 아내의 경제적 지원에 의존해야 했던 경험을 전했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데뷔 과정도 눈길을 끈다. 26세에 단편영화를 연출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귀국 후에도 오랫동안 장편 데뷔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는 40대까지 구두 가게와 옷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후 3년 넘게 시나리오를 약 30차례 수정한 끝에 47세에 ‘범죄도시’로 장편영화 감독 데뷔에 성공했다. 감독의 꿈을 품은 지 21년 만이었다.

임순례 감독은 프랑스 유학 당시 쌀을 짊어지고 지하철을 타면서도 시네마테크에서 영화 1000편을 관람했던 경험을 전했다. 변영주 감독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좋아하던 테니스와 새 옷을 포기했던 사연을 공개했다.

봉준호 감독의 알려지지 않은 초기 작업도 소개된다. 첫 단편으로 알려진 ‘백색인’보다 앞서 제작했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Looking for Paradise’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이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제작으로도 이어졌다.

‘나의 첫 번째 액션’은 2014년 출간된 ‘데뷔의 순간’을 12년 만에 개정·증보한 책이다. 기존보다 분량을 두 배로 늘려 총 2권으로 구성했으며, 주성철 편집장 등 기자들이 감독들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한겨레출판 측은 이 책에 대해 “이루고 싶은 꿈 앞에서 불안과 행복을 동시에 안고 사는 모두의 이야기이자, 저마다의 ‘첫 번째 액션’에 몰두하는 모든 청춘들에게 건네는 뜨거운 위로와 현실적인 응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한겨레출판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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