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장광&장영 '역대급 난제부자(父子)'의 특별한 동행(同行) [인터뷰]

김도윤 기자
2024-08-21 09:55:01

부모와 자식은 ‘천륜(天倫)’이라고 한다. 천륜이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뜻이다. 

쉽게 맺어지지도, 가볍게 끊어지지도 않는 특별한 인연의 고리로 이어진 것이 부모와 자녀. 이런 끈끈한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기대고 위로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너무 가까운 사이라서 서로를 오해하고 상처 주는 일도 많다. 

최근 TV 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빠하고 나하고’에 출연하면서 ‘역대급 난제 부자’라는 별명을 얻은 아버지 장광과 아들 장영 부자(父子)의 이야기에 우리가 감정을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그래서 더 멀게 느껴지는 가족의 이야기로 돌아온 배우 부자를 만났다.  


Q. 화보 촬영 소감

장광: 예전에 한복 입는 걸 같이 찍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스킨십을 하면서 단 둘이 화보를 찍은 것은 처음이라서 쑥스럽기도 하면서 재밌기도 하고... 아들과 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즐거웠다. 

장영: 아버지와 스킨십이 거의 없이 지냈다. 이번 기회에 39년 치 (스킨십을) 일단 몰아서 한 것 같다. 되게 어색하고 힘든 부분도 있었는데...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뭐...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올해 웃을 건 다 웃었다. 

Q.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빠하고 나하고’에 함께 출연 중이다. 프로그램 방영 후 주변 반응은? 

장영: 가까운 친구들에게 ‘잘 회복되길 바란다’며 응원의 연락이 온다. 시청자께서도 SNS에 찾아와 주셔서 응원과 충고의 메시지를 남겨 주신다.  

Q. 해당 방송을 통해 부자 사이에 갈등이 공개되면서 ‘역대급 난제 부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가족 예능을 하면서 아버지 혹은 아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는지, 서로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됐는지 궁금하다. 

장영: 아.. 그렇다. 오늘 화보 촬영 같은 경우도 그렇고! 어쨌든 주어진 상황에 맞춰 저희가 강제성을 띄고 해야 하는 것도 있고... 어떻게 보면 그런 일들을 통해 서로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서로 잘 알지 못했던 내면을 알아가고 오해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조금씩 풀리는 과정인 것 같다. 

장영: 서로 못했던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점이고, 동시에 힘든 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 번도 안 했던 이야기들... 진솔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옛 감정들이 다시 올라오기 때문이다.

장광: 역대급 난제 부자라는 별명처럼... 둘이 그렇게 친하지 않은 관계로 쭉 지내왔는데, 방송을 통해 서로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부분들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 이건 좀 오해를 하고 있었구나. 곡해를 했구나.’, ‘어.. 이건 내가 잘못했구나. 미안하다’ 이런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면서 서로 간에 어떤 이해의 장이 열리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Q. 부모님처럼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진로를 정하는데 연기자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실제는 어떤가.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장영: 진로결정... 대학에 진학하면서 연극과를 전공했다. 그때 진로결정은 제 의사가 적게 들어갔다. 저는 원래 대학을 안 가려고 했었다. 그때 아버지도 어머니도 ‘야, 대학은 가야하지 않겠냐?’ 하시면서 제안하신 게 연극영화과였다.

그렇게 연극과에 진학을 하고 한 해, 두 해 공부를 하다 보니까... 조금씩 뭐... 저만의 보람도 느끼고 ‘이게 뭐지?’하는 연기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그러면서 연기를 계속 해야겠다는 결정을 스스로 한 거다. 마지막에 결론적으로는! 

Q. 아들 장영이 부모님의 원하는 방향으로 진로를 택하고, 스스로 연기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기특하지 않았나? 

장광: 어떤 면에서는 저와 아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한 부분이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배우를 하라고 한 건 저였는데.. 그 전부터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작은 자기가 진짜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적극적이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제 나름대로는 그게 안타까웠다. 

장광: 저는 배우 생활도 하고 성우로 활동도 해 오면서 ‘어차피 네가 배우가 되고 싶다면 여러 가지를 배우고 무엇이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하는 의미에서, 선배 내지는 아빠로서 푸시(push)했던 부분들이 아들에게 잔소리로 느껴지고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이런데서 서로 갈등이 생겨났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둘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던 거다. 

장광: ‘역대급 난제 부자’라는 별명이 나온 것처럼(웃음) 이번 방송 전까지는 서로 이야기도 잘 안하게 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션을 같이 해결해 가면서 몰랐던 부분들도 알게 되고, 오늘 같이 화보를 찍으면서 스킨십도 해 볼 수 있게 됐다.(웃음) 

Q. 장영 배우의 경우, 같은 배우의 길을 걷는 후배이자 아들로서 ‘천만배우 장광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운 적은 없었나? 

장영: 부담된 적이 있었다. 원래 안 그랬는데, 영화 ‘도가니’로 아버지가 얼굴이 알려지면서부터 저는 제가 아니라 ‘장광의 아들’로 저를 보니까... 그게 당시에는 되게 힘들었다. 그냥 뒀으면 좋겠더라. 나는 그냥 나대로... 모든 사람이 나를 나대로 뒀으면 좋겠다는? 

그때 잠시 그랬었고, 지금은 많이 내려 놨다. 제가 아버지의 아들인 것은 사실이니까... 원치 않거나 부정을 해도 변할 게 없으니까.  


Q. 장광 배우는 최근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돌풍’을 통해 또 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장광: 어떤 배역을 맡으면 ‘과연 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연구를 한다. 그리고 ‘그런 배역에서 그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을 한다. 

극 중 ‘조상천’이라는 인물은 과거에 나쁜 사람? 나쁜 짓을 해서 정계에 들어와 야당의 당수까지 올라온 인물이다.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숨기면서 정계 최고 자리까지 올랐다가, 이 모든 것들이 밝혀지면서 무너지는 캐릭터다. 그래서 ‘어떻게 무너질 수 있을까?’ 또는 ‘과거가 밝혀져 무너지는 모습을 더 극적으로 표현해야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Q. 배우 후배이자 아들의 입장에서 아버지가 출연한 ‘돌풍’에서의 연기를 어떻게 봤나?

장영: 아직 3회까지 밖에 못 봤다. 정확히는 보청기 안 꽂고 계시는 거... 그거 한 씬 봤다. 제가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웃음)

Q. 가족이지만 배우 선후배 사이다. 배우로서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나? 

장광: 사실은 아들이 학교나 극단에서 연극하는 거를 쭉 보면서 거의 칭찬을 해 본적이 없다. 제 성격이 참 모나다고 해야 할까? 저는 ‘아니면 아니고 기면 기다’ 이런 스타일이다. 그래서 아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더 냉정한 잣대로 바라봤던 것 같다. 아들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거의 해 본적이 없어서 아마 아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서운했고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3년 전인가? (아들이) 레미제라블 연극을 하면서 처음으로 제가 칭찬을 했다. 아들이 연극과에 입학한 게 2004년이니까... 17년 동안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안 하다가 3년 전에 처음 칭찬을 해 본거다. 그때 정말 이를 악 물고 연습을 했는지, 처음으로 칭찬을 했다. 그 뒤에 작년에 했던 작품이 하나 있다. 그 제목이 뭐였지?

장영: 비포앤에프터(before&after). 

장광: 네. ‘비포앤에프터’라고 2인극인데 여자 하나, 남자 하나 이렇게 둘이 나와서 한 70분 러닝타임 동안 연기하는 2인극이었다. 그게 굉장히 어려운거다. 더구나 소극장에서 앞에 앉아 있는 엄마, 아빠 얼굴을 보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 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계단을 잘 쌓아가면서 마지막에 눈물까지 촤악 흘리는데 ‘아, 이제 됐다! 이제 진짜 배우가 됐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 정말 칭찬을 했다. 정말 뿌듯했고, 진심으로 잘 했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렇게 잘 해야만 칭찬을 해 주는 사람인데, 정말 그때 진심 어린 칭찬을 했다.

장영: 아버지는 그때그때 되게 좋게 보는 작품들도 있고, 어... ‘조금 아쉽네’ 하는 부분도 있고, 저도 그렇다. ‘아버지, 이건 좀 아쉬웠어요’ 이런 이야기를 저는 아예 해 본 적이 없다.   


Q. 78년부터 성우로 방송을 시작해서 성우 겸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46년 경력을 가진 선배 배우로서 신인 연기자인 아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장광: 음... 그동안에 이제 그런 조언을 쭉 해왔기 때문에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고 본다면 그걸 배제하고... 정말 지금 해 주고 싶은 말은 ‘정말 최선을 다해라’ 그거 한마디 딱 해 주고 싶다. 그리고 즐겨라! “힘내고 즐겨! 최선을 다하고, 파이팅!” 

Q. 아들로서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

장영: 네! 즐길게요!(웃음) 최선을 다하고 즐길 테니까, 건강하게 지켜봐 주세요. 아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면서, 어떻게 즐기는지! 

장광: 오케이! 파이팅! (포옹)

Q. 앞으로 목표와 계획

장영: 매일 연기 연습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틈틈이 책과 영화를 보면서 잘 맞는 역할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은 언제나 힘들지만, 지치지 않고 꾸준히 나의 루틴대로 살아갈 것이다. 배우 장영으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언제나 준비된 연기자의 자세로 임하겠다. 

장광: 배우로서 작품 속 역할에 충실한 배우로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 딸 뿐만 아니라 우리 아들과도 더욱 가까워져서, 더욱 다복한 가족이 되고 싶다. 

Q. 팬들에게 한마디 

장영: 가족은 가깝고도 먼 존재라고 한다. 늘 함께 있기 때문에 소중함을 자주 잊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향한 관심과 걱정이 서로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시청자분들과 팬분들의 염려와 응원에 힘입어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회복해 가고 있다. 

무척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배우 활동에도 최선을 다하며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 장광, 장영 부자의 배우 생활도 응원해 주세요!

김도윤 기자 yoon123@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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