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랭킹 1위 아리나 사바렌카(벨라루스)가 숙적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를 상대로 결승전 4연패의 악몽을 씻어냈다. 사바렌카는 16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2026 BNP 파리바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리바키나를 3-6, 6-3, 7-6(6)으로 꺾고 생애 첫 인디언웰스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개인 통산 23번째 WTA 타이틀이자, WTA 1000 시리즈 10번째 우승이다.
1세트를 3-6으로 내준 사바렌카는 2세트부터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며 6-3으로 응수, 승부를 최종 세트로 끌고 갔다. 3세트는 이날 경기의 압축판이었다. 4-5로 밀리던 리바키나가 사바렌카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며 6-5 리드를 잡았고, 이어진 게임에서 무려 12분 이상의 혈전 끝에 리바키나에게 5번의 브레이크 포인트가 돌아갔다. 그러나 사바렌카는 단 하나도 내주지 않고 모두 막아내며 타이브레이크로 승부를 끌어갔다.
경기 후 사바렌카는 스카이 스포츠 인터뷰에서 “경기를 좀 더 일찍 끝낼 수도 있었지만, 오늘 리바키나의 리턴이 너무 좋았고 극심한 압박 속에 몰아넣었다. 마지막 세 포인트에서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정말,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두 선수의 맞대결은 테니스의 두 가지 본질이 맞부딪히는 무대로 통한다. 사바렌카는 폭발적인 파워와 감정 에너지로 경기 흐름을 힘으로 뒤집는 유형이고, 리바키나는 강한 서브로 선제권을 잡고 확률 높은 패턴을 반복하며 계산된 테니스를 구사하는 구조형 선수다. ‘압도 대 계산’, 혹은 ‘복싱 대 체스’라는 표현이 이 라이벌전에 자주 따라붙는 이유다.
리바키나는 상대의 강한 볼을 역이용하는 타이밍 테니스의 대표 주자다. 사바렌카의 강속구가 오히려 리바키나에게 이상적인 타이밍을 제공하는 아이러니가 이 매치업의 핵심이다. 리바키나는 점수 상황과 무관하게 같은 템포와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반면 사바렌카는 타이브레이크나 세트 후반 압박 상황에서 스윙이 미세하게 커지거나 타점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사바렌카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트로피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지난 1월 호주 오픈 결승 패배를 포함해 리바키나에게 4연속 결승 고배를 마셨던 그녀는 이번 승리로 커리어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또한 인디언웰스에서 우승한 두 번째 벨라루스 선수로 이름을 올리며, 2012년·2016년 두 차례 우승한 빅토리아 아자렌카의 뒤를 이었다. 시즌 두 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