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위해 군함 파견을 요청한 5개국이 모두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미국 NBC 방송과 뉴욕타임스 등은 현지시간 15일 이 같은 각국의 동향을 일제히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나라들이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며 한국·일본·영국·프랑스·중국 등을 직접 거론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아직 정식 파병 요청 단계가 아닌 만큼 성급히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기류다. 한국이 해상 안전 합동작전에 참여할 경우 이란을 적으로 돌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파견이 결정될 경우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가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트럼프 1기였던 2020년에도 미·이란 긴장 고조 당시 청해부대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한 바 있다. 이번에는 독자 작전이 아닌 다국적군 편성 가능성이 크고 작전 위험도도 높다는 게 정부 판단이며, 파견 결정 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핵심 동맹인 일본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 외무성은 NHK에 “자국의 대응은 스스로 결정하며 독자적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혀 즉각적인 함정 파견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란 사태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요건인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으며, 후방 지원을 위해서는 미·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합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도 후지TV에 출연해 “미국의 이란 공격이 합법인가, 이것부터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오는 19일 워싱턴DC 미일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걸프전이 있었던 1990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도 일본에 급유함 파견을 요청했지만 일본은 헌법과 국회 논의를 이유로 거부하고 130억 달러의 재정 지원으로 대신했다가 ‘수표 외교’라는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다.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 장관은 이날 BBC와 스카이뉴스에 연달아 출연해 “기뢰탐지 드론을 포함해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어떤 선택지든 동맹국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옵션 공개는 피했다. 더타임스는 영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탐지 드론과 요격용 드론 수천 대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밀리밴드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 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H.A. 헬리어 선임 연구원은 NBC에 “트럼프가 거론한 국가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는데 이는 꽤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프랑스가 찬성에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마크롱조차 순전히 방어적 차원의 조치만 언급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정학·안보 분석가 마이클 호로위츠는 “매우 좁은 해협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면 이란에 근거리 공격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하게 된다”며 “억제를 위해서는 해안 주요 지역에 지상 병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외해를 잇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로,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며 매달 약 3,000척의 선박이 이용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과 이란의 대응 공격이 보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이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국제 유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