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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앞도 끝도 안 보이는 싸움이지만 조국의 광복을 위해 [종합]

임재호 기자
2024-12-18 18:14:31
사진제공: CJ ENM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처단을 위해 하얼빈으로 독립투사들과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하얼빈’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가 18일(오늘) 오후,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 개최됐다. 이번 작품은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현빈이 안중근 의사 역할에 캐스팅돼 벌써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자 간담회에는 주연 배우 현빈과 박훈, 조우진, 전여빈, 유재명, 이동욱과 우민호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는 생각보다 압도적인 영상미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끝없이 펼쳐진 꽝꽝 얼어붙은 두만강부터 흑과 백, 그리고 조명의 대비를 확실히 활용한 미장센으로 다소 날카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을 선사하기도. 

여기에 모든 배우들의 열연과 다소 건조하면서도 싸늘한 분위기가 더해져 ‘하얼빈’만이 줄 수 있는 싸늘한 시대극의 느낌을 한껏 느끼기에 적합하다.

Q. 영화 ‘하얼빈’이 배우들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박훈: 방금 영화를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했다. 화면에 압도당한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고, 풍경을 보는데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영화 안에 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가 끝나고 너무 자랑스러워졌다. 영광이다. 

조우진: 아주 어려운 작품, 어려운 역할이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살면서 이렇게 동지애를 깊이 느끼며 촬영한 현장이 있었나 싶다. 그 부분이 가장 큰 의미다. 앞으로 보실 관객분들의 반응도 궁금해진다. 

현빈: ‘하얼빈’이란 작품 준비 시작부터 촬영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감사함’을 가장 많이 느꼈던 작품인 것 같다.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일상을 선사해 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함도 많이 생각했고, 우민호 감독님 이하 많은 스태프분들과 옆에 계신 동지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함을 또 한 번 느꼈던 영화였다. 

전여빈: 저 또한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 이 자리에 편안하게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해주신 선배님들과 동지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 나란 존재를 넘어서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물음표를 띄울 수 있는 작품이었고, 진심과 나를 넘어선 그 존재들을 향한 이타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유재명: 그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고, 옆에 계신 동료 배우분들께 감사함을 드리고,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한다는 게 너무 가슴 벅차고 어떤 사명감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이동욱: 나 역시 마찬가지다(웃음). 이하 동문이다. 훌륭한 배우, 그리고 스태프 분들과 함께 작업한 것 자체가 내 연기 인생에서 크나큰 행운이라고 여겨진다. 영화를 보고 촬영하는 내내 가장 많이 든 생각이 ‘애쓴다, 고생한다, 우리 힘내자’ 같은 감정이었다. 이런 게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너무 좋다. 

사진제공: CJ ENM

Q. 우민호 감독에게는 안중근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까지 환기시키려 한 것 같다. 그래서 제목도 ‘하얼빈’인 것 같은데 

우민호 감독: 일단 실화고, 영화 내용 자체도 안중근 의사 및 독립군 이야기다. 제목이 ‘하얼빈’이다. 하나의 목적으로 모이는 곳이다. 그 여정을 숭고하게 담고 싶었다. 그래서 힘들지만 실제 로케이션도 대자연을 찾아다녔고, 그런 곳에서 그분들이 하얼빈으로 가는 여정들을 스펙터클하게, 그리고 숭고하게 담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클래식한 방식으로 찍었다. 지금 한국 영화계가 쉽지 않은데, OTT와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Q. 현빈은 실존 인물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만큼 무게감이 컸을 것 같은데 

현빈: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할 수 있는 걸 찾아봤는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안중근 장군에 대한 자료들, 안중근 기념관에 있는 발자취들을 찾아보고 알아보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들 것 했다. 정말 준비하면서 끝날 때까지 단 하루도 그 과정을 안 한 날이 없었을 정도로 매일 상상한 것 같다. 과거의 거사를 치르기 전까지 모습이 글로 남아있었기에 그걸 보고 상상하면서 감독님과 상의를 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Q. 나라가 많이 어려운 상황에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현시국과 연계해서 볼 것 같은데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는지

우민호 감독: 우선 내가 이 영화를 3년 전부터 기획을 해서 시작했다. 이전 작품들은 주로 악인들을 다루고, 한국 근현대사를 비판하는 쪽에 가까운 접근이었다. 처음으로 이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신 분들의 이야기에 접근하게 됐다. 그러면서 안중근 자서전도 살펴보고, 독립투사들의 자료들도 살펴보았다. 안중근 의사께선 당시 30세였다. 독립군 대부분이 2-30대였다. 그 젊은 분들이 그렇게 헌신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찾고 싶었다. 그러면서 굉장히 고맙고 죄송스러웠다. 나는 이 영화가, 그리고 보시는 관객분들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 비록 우리가 혼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 믿고, 자긍심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현빈: 영화에서 안중근 장군과 함께 했던 동지들이 어떤 힘든 역경이 와도 한 발 한 발, 신념을 가지고 나아갔더니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었듯, 현재 또한 힘을 보아 내딛으면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 분명히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얼빈’ 해외 포스터에 ‘For a better tomorrow’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지금 우리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말인 것 같고 많은 분들이 이 영화로 용기와 희망을 얻으셨으면 한다.

전여빈: ‘광복’은 빛을 되찾는단 의미다. ‘하얼빈’ 독립투사들은 그 뜻을 위해 엎어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갔다. 혼란한 시기를 다 같이 겪고 있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우리 영화도 더 큰 뜻을 품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꿈꾸며 힘을 보태고 싶다. 

사진제공: CJ ENM

Q. 현빈은 기존 시대극은 많이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안중근 역할에 도전하게 된 이유 

현빈: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안중근이라는 인물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큰 존재감과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기에 거절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차례 더 감독님께서 나의 어떤 모습을 보시고 제안을 주신 건지 모르겠지만, 러브콜을 주셨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다시 보고, 또다시 보면서 문득 ‘이렇게 좋은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 그리고 그 기회는 얼마나 될까’라고 생각했을 때 큰 기회와 영광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에 감독님의 제안에 대해서 감사함을 표현했다. 

Q. 우민호 감독은 현빈을 안중근 의사 역할에 캐스팅한 이유 

우민호 감독: 오늘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다. 정말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더라. 그만큼 배우들이 모든 것을 다 여기에 바친 것 같다. 현빈을 캐스팅한 이유는 그의 눈빛에 쓸쓸함이 담겨있다. 때론 연약함도 있다. 그렇지만 그 눈빛에 강함이 있다. 그런 안중근을 원했다. 그런 고뇌와 두려움, 쓸쓸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걸어가시는 그런 모습과 눈빛, 얼굴이 현빈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현빈을 캐스팅했다.

Q. 박훈의 빌런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연기하면서 다양한 역사 영화에 출연했는데 ‘하얼빈’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점 

박훈: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나도 다른 배우들이 너무 진심을 다하고 있는 게 보여서, 나도 최선을 다했다. 머리도 깎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최선을 다하려 했다. 그런 것들에 비하면 ‘좀 더 했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배우분들의 연기를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여러 역사 영화에 정말 많이 출연했는데, 의도를 가지고 하진 않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예전의 이야기를 갖고 내일을 사는 힘을 얻는 것 같다. ‘하얼빈’에서의 악역은 해석하는 데 중점을 많이 뒀다. 전형적으로 연기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반대로 조금 전형적이어야겠단 생각도 많이 했다. 

우민호 감독: 일본인이 봤을 때도 박훈의 일본어가 거부감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더니, 정말 죽을 듯이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Q. 전반적으로 영화가 회화적이고 연극적이다. 주요 인물들에게 철저하게 초점이 맞춰진 것 같은데 이유가 있다면 

우민호 감독: 독립투사 분들을 숭고하게 담고 싶었다. 그래서 명화를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Q. 현빈과 박훈은 전작에서도 대립하는 역할로 두 번 정도 만났다. 이번에 만났을 땐 어떤 느낌이었나 

현빈: 이젠 좀 안 쫓아다녔으면 좋겠다. ‘알함브라의 궁전’이란 드라마도 그렇고, ‘공조2’에서도 그렇고 ‘하얼빈’까지 세 작품을 함께 하는데 그때마다 날 쫓아다닌다. 이번이 가장 집요하게 쫓아다닌 상황이 아닌가 싶다(웃음).

박훈: 어떤 기자분들은 ‘현빈의 남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이 작품을 하게 되면서 통화를 많이 했다. ‘둘이 하는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고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웃음). 현빈은 안중근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가진 무게감에 고통받고 있었고, 난 외국어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초반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의지할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안중근을 이렇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감사했다. 

사진제공: CJ ENM

Q. 조우진도 박정민과 붙는 씬에서 호흡이나 케미스트리가 어땠나 

조우진: 지금 박정민이 간담회에 참석을 못 했는데 너무 보고 싶다(웃음). 함께 연기 호흡을 꼭 맞춰보고 싶은 배우였는데, 쉽지 않은 감정을 나누는 상황과 장면에서 내 앞에서 잘 버텨줬고 잘 받아줬다. 

Q. 조우진은 극단을 오가는 연기를 하느라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에 임했나 

조우진: 대본 검토 과정을 건너뛰고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아주 간혹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감독님과의 인연과 믿음이 충만했기에 가능했다. 그러고 나서 대본을 봤더니 ‘아차’ 싶더라. 너무 어려운 작품이고, 캐릭터였다. 평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인물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과정을 볼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런 인간적인, 관객 분들께서 감정 이입하기 좋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진심 100%’는 어렵지만, 그에 다가갈 수 있게 대본을 보고 계속 바닥으로만 향했다.

Q. 이동욱은 특별 출연 개념인데 출연을 결심한 계기 

이동욱: 우민호 감독님의 부름이 가장 큰 이유고, 현빈 배우와 호흡도 원했다. 작품을 선택하며 내 비중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스태프분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고 작품 하면서 ‘1인분은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Q. 영화를 시작할 때 얼어붙은 두만강으로 시작한다. 이런 미장센을 사용한 이유 

우민호 감독: ‘앞도, 끝도 안 보이는 싸움’을 하는 기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한 번의 거사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계셨고, 그저 앞을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Q. 전여빈은 여성 독립군을 대표하는 캐릭터인데 어떻게 준비했나 

전여빈: 함께 뜻을 모았을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며 공부인을 연기하려 했다. 그 시기는 영화적으로 100년 전이지만,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나, 국민으로서의 나로서는 그렇게 상이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옳은 뜻, 더 나은 뜻’을 위해 함께 마음과 행동을 실어보는 동지가 되자는 마음으로 함께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한 독립투사들의 열연, 무엇보다도 차가운 시대에서 누구보다도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이들의 열연을 보고 싶다면 12월 24일, 극장에서 영화 ‘하얼빈’을 만나보자.

글 임재호 기자 mirage0613@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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